{"type":"img","src":"https://cdn.quv.kr/yii88goop%2Fup%2F5f6c2b1d241b4_1920.jpg","height":"40"}
  • 창작판소리연구원
  • 창작판소리 열두바탕
  • 창작판소리 감상
  • 연구원 소식
  • 공연 예매
  • {"google":[],"custom":["Noto Sans KR"]}
    ×
     
     
    섹션 설정
    {"type":"img","src":"https://cdn.quv.kr/yii88goop%2Fup%2F5f6c2b1d241b4_1920.jpg","height":"40"}
  • 창작판소리연구원
  • 판소리 전태일
  • 창작판소리 열두바탕
  • 판소리 감상
  • 연구원 소식
  • 열두바탕 사설보기

    Pansori_Lab is...

    창작판소리 안중근

    since 2021

    동학의 탄생과 과정과 1894년 동학농민혁명을 주도했던 전봉준의 활약상

     

    임진택 명창이 ‘백범일지’에 바탕한 판소리 사설을 직접 쓰고 작창하여 2010년 왕기석 왕기철 두 명창과 함께 백범김구기념관, 정동극장, 국회 헌정기념관 등지에서 창작판소리 ‘백범 김구’를 선보여 관람객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받은 바 있으며, 2013년 7월에는 하와이에서 열린 미주 한글교육협회 총회 자리에서 판소리 ‘백범 김구’를 완창하여 해외동포들의 고국에 대한 애정과 향수를 한껏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다.

     

    창작판소리 ‘백범 김구’는 백범선생의 선견지명을 고스란히 담아낸 우리시대의 문화 예술로 그 역할과 사명을 맡아하고자 한다.

    동영상으로 감상하기

    프롤로그.  사람이 한울이다

     

    아니리 - 천하가 한번 크게 변할 양이면 천지간에 괴이한 변이 잇달아 나타나는 법. 허나 난법 뒤에 정법이 나온다 했으니 어찌 진인이 아니 날소냐? 전라도는 전주요 경상도는 경주인디, 경주 근도리 어느 곳에 최제우라는 이가 사는디, 그 이가 태어날제 구미산이 사흘을 크게 울어댄즉, 어진 사람들은 이 집에 신인이 났다 하고, 모진 사람들은 역적이 났다고 했다더라. 때는 조선조 말엽이라. 왕권은 무능하고 세도가 판을 칠제, 벼슬아치 양반들은 토색질로 날을 새고 가련한 백성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하거날, 개같은 왜적놈들 호시탐탐 침노하고 맹수같은 양귀자들 때도 없이 출몰하니 
             어허 우리 중생, 목숨 보명을 어찌할거나!
            최제우가 중생 구할 도를 찾아 천하를 주유했으나 온갖 처세가 다 낭패라. 울산 처가에 얹혀 남의 땅 부쳐먹으며 근근히 지낼적에

    진양세마치

        때는 을묘년 춘삼월이라 
         토방에 홀로 앉아 해그늘(日影) 받으며 문득 졸다 
         번뜩 눈을 뜨니 웬 중(僧)이 서있거날 

        “소승은 금강산 유점사 승으로 
          지난 여름 불현듯 책 한 권을 얻었난디 
          아무리 읽어봐도 그 뜻을 알 수 없어 
          임자 찾아 왔사오니, 부디 깊이 살펴보소서." 

         책을 얼핏 보는 사이 중은 홀연 자취 없고 
         중을 살펴 찾는 사이 책도 홀연 흔적이 없거날 
         사방 천지가 고요한디 책 속의 글귀만 눈앞에 어른거려 
         허공 중에서 춤을 추니, 신묘한 천서로다. 

     

    중머리

        최제우가 결심을 다시 굳히고서  
         영취산 내원암에서 견성 공부 사십구일 
         천성산 적멸굴에서 해탈 공부 사십구일
         구미 용담 돌아와 빗장 굳게 지르고 
         밤낮으로 곧게 앉아 면벽하기 얼마던가 
         경신년 사월 오일 사시(巳時) 갑자기 온몸이 후들후들 
         천지가 아득하고 정신이 까마득하더니
         이것이 웬일인가 천지가 우루루루루루루
         구미산이 무너져 내리고 용담이 쫙 갈라지고
         천둥인 듯 지둥인 듯 뇌성 벽력이 쾅! 

        돌연 허공에서 한 소리가 들리거날 
        “두려워 말라. 내가 바로 한울이다! 
          의심치 말라. 내 마음이 곧 네 마음인즉
          내 이제 너에게 무궁한 진리를 주겠노라.
          주문은 삼칠주 스물 한 자 
          지기금지 원위대강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만사지라.“ 

     

    중중모리

        수운선생 깨달은 후에 포덕을 시작한다
         영부 치고 주문 외고, 주문 외고 영부 치고, 쉬지 않고 반복하니 

        후천개벽 5만년의 큰 생명이 떠오른다.
         “사람이 한울이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옹게종게 찾아와서 다짜고짜로 묻는디,
         “듣자하니 선생께 영(靈)이 임했다 하온대
           그 도의 이름이 대체 무엇이오니까?” 
         “천도(天道)니라.”
         “그러면 서학이오니까?”
         “아니다. 내 도는 동쪽에서 나왔으니 동학이니라.”
          설법을 하시난디, 

        “사람이 한울이다. 사람마다 자기 안에 한울님을 모신 바
           사람 섬기기를 한울같이 하라.

          그리 성심으로 행하면 다시 개벽이 오리라.”

     

    잦은모리

         이런 소문이 바람 타고 마을마을로 전해지고
         새들조차 이 소식을 고을고을로 전해놓니 
         이름 없고 힘도 없는 중생들이 눈이 번뜩!
         짓밟히고 빼앗기고 한 맺히고 원 맺히고
         멍 들고 상한 이들 가난뱅이에 농투산이
         떠돌이 도붓장수 대장쟁이에 놋쟁이
         사당패 광대에다 백정에다 기생에다
         종놈 종년은 물론이요 홀애비에 홀엄씨
         소박데기 며느리에다 부엌데기 아낙네들
         제 땅 제 집 다 뺏기고 고향마저 쫒겨나서
         굶어 죽고 얼어 죽고 맞아 죽고 밟혀 죽고

        병 들고 탈 나서 신음하던 중생들이 
        “사람이 한울이라네. 개벽이라네. 
        후천개벽이라네.” 야단이 났구나.

     

    아니리 - 이렇듯 시끌벅적 법석을 떨어대니, 경상도 유생들, 양반이라는 족속들이 깜짝 놀라 모함들을 해대는디 “뭐라꼬, 사람이 하늘이라꼬? 허, 근본없는 서얼놈이 불경시럽게...” “그노마가 천주 천주 해쌓는다카던데, 천주학쟁이 아니가?” “그 놈 눈깔이 쌍동자라카이, 역적질 할 게 분명하대이.”
            급기야는 포졸들이 들락날락, 관의 지목이 자심해지니, 

     

    중머리

        죽장망혜 단표자로 도피 길을 나설 적에
         기험하다 기험하다 아국 운수가 기험하다
         만고 없는 무극대도 개벽 소식을 들었다만  
         서학이니 역적이니 물어뜯고 헐뜯으니
         발길 따라 닿은 곳이 전라 좌도 남원이라. 
         교룡산성 선국사에 골방 하나를 빌어 
         은적암이라 이름 짓고 새로운 각오로 정진을 시작한다.
         밤낮으로 캄캄 칠흑 천 길 절벽이 콱! 
         가로 막혀 꼼짝도 아니할 제, 
         어느 날 새벽 등잔불 가물 가물 호로록 꺼져버리더니
         홀연 일진광풍이 휘이 휘이 소소리쳐 일어나 번쩍!
         번개 치듯 천지 사방이 화안히 밝아지며  
         울긋불긋 무수한 부적들이 휙 휙 휘돌아 펄렁- 펄-렁
         눈 시리게 시퍼런 칼날들이 번쩍 나타나 번뜩 번뜩!
         수운선생 거동 봐라. 

        막혔던 가슴 확 뚫리더니, 호쾌장대한 한 노래 터져 나오면서 
        웬 칼춤을 냅다 힘차게 추어대는구나. 

     

    늦은중모리

        시호시호 이내시호 부재래지 시호로다 
        만세일지 장부로서 오만년지 시호로다

     

    중중모리

        때가 왔네 때가 왔어 다시 못 올 때가 왔네
         용천검 드는 칼을 아니 쓰고 무엇 하리
         무수장삼 떨쳐 입고 이 칼 저 칼 넌즛 들어 
         호호망망 넓은 천지 일신으로 비껴서서 
         칼노래 한 곡조를 시호시호 불러내니
         용천검 날랜 칼은 일월을 희롱하고
         게으른 무수장삼 우주에 덮여있네
         만고 명장 어디 있나 장부 당전 무장사라
         좋을씨고 좋을씨고 이내 신명 좋을씨고 

     

    아니리 - 수운선생 이리 칼노래 칼춤을 추어대며 억눌린 마음 싹 씻어낼 적에, 신유갑이라는 어떤 기승(奇僧)이 찾아와 제자를 자청할제, 뒤따라온 어린 시자(侍者)가 있었지. “네 이름이 무엇이냐?” “예, 법명은 일해라 하옵고 본이름은 서장옥이옵니다.” 수운선생 품은 말이 “대바람이 크게 일어 호랑이를 이끄는데, 저 아이가 바로 그 바람이다.” 바로 남접의 시작이렷다. 

     

     

    1부. 탐학을 금(禁)해 주시오

    1장 : 교조 신원

     

    아니리 - 수운선생 경주로 돌아간 후, 동학의 교세가 날로 퍼져나가는지라, 놀란 국왕이 “엄중 처단하라.” 선전관이 군사를 이끌고 경주로 내려올제, 눈 내는 한밤중 수운선생 제자들을 급히 불러모으더니 해월 최경상을 바라보며 “오늘부터 도법을 자네에게 넘기노라.” 최경상 깜짝 놀라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어찌 저같은 상것을...” “그대를 북접 대도주로 명하노니 내 뜻을 어기지 말라. 나는 천명을 따를 것이니, 그대는 높이 날고 멀리 뛰라.” 

        최경상은 그 길로 급히 도주를 하고, 곧바로 선전관이 문짝을 차고 들어와서는 “역적 최제우는 오라를 받으라.” 대구 감영에 가두어버렸지. 경상감사가 최제우를 좌도

    난정률로 물어 온몸을 불인두로 지져 파기(疤記)를 하는디, <동학괴수 최제우, 이(以) 사술 제인질병, 이 주문 국가기만, 이 검가 국정모반, 의당 처형!> 여차저차 우여곡절 끝에 망나니 칼에 참수를 당했더라.

     

    세마치진양

        해월선생 동학의 도를 전파할 제 
        전국 방방곡곡을 잠행하며  
        “사람 섬기기를 하늘 섬기듯 하라.” 
         문도는 늘어가고 지목은 점점 커져갈 제, 
         문경 사람 이필제란 이가 찾아와서  
        “대선생 신원(伸冤)을 거사코자 하오니 
         선생은 허(許)하시고 지도하여 주소서.”
        해월선생 경계하여 말씀하시되
        “대사에는 때가 있고 운수가 있나니
         경거망동 하지 말고 후일을 기다리라.”
        이필제 난리를 일으켰다 필경은 
        관군에 쫓겨 모두 죽고 실패하니 
        해월선생 화(禍)를 피해 이곳저곳 헤맬 적에
        소백산 올라가 호랑이굴에서도 지내보고
        태백산 들어가 부적도 치다가 깨닫기를
        “대저 도(道)는 용시용활(用時用活)이라.
         때를 만들고 때를 이루어야 하는 것.” 
        이름을 경상에서 시형(時亨)으로 고치고
        강원도 산속 깊숙이 은거하야 동경대전 용담유사 발간하고  
        의식 절차를 간소화하고 조직을 정비, 
        접소를 설치하고 육임제를 실시하니, 
        광제 포덕의 기반이라.

     

    아니리 - 이렇듯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이 동학 전파에 매진한 결과 활동중심지가 강원‧경북 산간에서 충청‧전라 평야지대로 옮겨진 바, 이쪽 고을 수령 ‧ 아전 ‧ 토호들이 동학금지령을 빙자하여 재산을 약탈하는 일이 늘어났지. 견디다 못한 교단 간부들이 대선생 신원운동을 건의할제, 앞장선 이가 서장옥이라. 해월 최시형이 마침내 승낙하고 통문을 발한즉, 임진년(1892년) 10월 공주에 천여명의 동학교도들이 모여 충청감사 조병식에게 소장을 올리는디,

     

    창조 - “대선생께서 무극대도를 펴서 미래를 열었으나, 사교로 몰려 죽임 당하신지 30년이 넘었거날, 아직도 그 원통을 신원하지 못했으니, 우리는 성심수도를 통해 광제창생과 보국안민을 원할 뿐, 부디 지방관들의 학정을 그치게 해주시고, 임금께 우리 대선생의 신원을 올려주사이다.”

     

    아니리 - 충청감사 답변인즉슨 “동학을 금한 것은 조정의 일이므로 감영에 호소할 일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동학도들 위세에 놀랐는지 충청도 각 지방에 공문을 내는디, “동학은 사도이나, 금단하는 과정에서 폐단을 일체 중지하라.” 고무(鼓舞)된 동학교단은 전라감영에도 소지를 올리기로 결정을 했것다. 

     

    중머리

        그 사내가 묵고 있는 여관방을 조용히 방문한즉,
        동학 교단 전라도 삼례역에 도회소를 설치하고 
        경통을 보내는디, 
        “대선생의 제자로서 원통함을 풀고 
         분함을 설욕코자 하는 마음 어느 누가 없겠는가? 
         이제 천운(天運)이 온즉 
         전라감사에게 의송단자를 내는 일 또한 천명일러니
         각 포의 여러 접장들은 일제히 와서 모이라.
         만일 불응하는 자는 별단의 조치가 있을 것이다.” 
        전라도 삼례 도회소라. 

     

    잦은리

        그 해 11월 삼례역에 도인들이 모여든다.
        전라 북부 전 지역의 동학교도 수천명이 삼례역에 집결하야
        전라감사 이경직에게 소지문을 제출할데
        “소장을 제출할 소두는 자원하시오.” 
         모두들 눈치를 살필 적에 
        “내가 자원하겠소.”  
         키가 자그만 사내인디 눈빛이 형형하다. 
        “저 사람이 누구여?” 
        “앗다 쬐만허니 단단허게 생겼네잉.”
        “나는 고부서 훈장노릇하는 접주 전봉준이요.”
        좌도의 유태홍과 우도의 전봉준이 자원 출두 나섰더라.
        “동학 대선생 최제우를 신원하고 
         동학교도에 대한 수탈행위를 중지해주시오.” 
         당황한 전라감사가 공문을 내리는디,
        “동학 금지를 핑계로한 재물 수탈을 일체 금하라.”
        조치가 취해지자 동학교단 기다렸다는듯 경통을 내리는디,
        “이번 신원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진 못했으나 
         감영에서 폐단을 막는 공문을 하달하였으니,
         우리 동학도인들은 법헌의 지휘를 기다려 
         설원(雪冤)의 도모를 고심하도록 하자.” 
        해산할 것을 지시한즉,
        서장옥과 전봉준 등 일단의 접주들이 반발하여 나선다.
        “대선생 신원 요구가 하나도 관철 안됐는데, 해산이 웬말이오?
         임금이 있는 궁궐로 가서 복합상소라도 합시다.”
        강경파와 온건파가 갈등을 빚으면서 
        일단 집회는 해산을 하였더라.   

     

    아니리 - 동학농민혁명 전 과정에 있어 전봉준이 어느 시점에 등장을 했느냐 하는 대목인디, 전봉준이 대중 앞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임진년(1892년) 10월 삼례집회 때이고, 이어 계사년(1893년) 2월 광화문 복합상소때 벌어진 척왜양 (斥倭洋) 괘서(掛書)사건 배후에 그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것다. 
            그건 그렇고 계사년 3월, 갑오년 동학농민봉기가 있기 꼭 1년 전의 일인디, 동학교단 내 ‘교조신원파’와 ‘정치개혁파’가 서로 갈등하면서도 속으로는 통하는 것이 있었던지, 광화문 복합상소 직후 법헌 최시형이 동학 창의(倡義) 통문을 발하는디, 판소리에 가장 고제 창법인 ‘설렁제’로 발했던가보더라.

     

    중중모리(설렁제)

        동학 통문을 발한다 동학 창의를 발한다 
        지금 일본과 서양 오랑캐가 나라 한가운데로 들어와 
        큰 난리를 칠 지경으로, 진실로 서울의 형편을 보건대  
        그냥 이대로 있다가는 오랑캐 소굴이 되고 말지니,
        우리 동학 도인들은 죽기로써 힘을 합해 일본 서양 오랑캐를 
        이 땅에서 쓸어내어 대보의 의리를 본받고자 하니, 
        팔도의 교인들은 보은으로 집결하라. 

     

    잦은모리

        충청 전라 경기 강원 경상도 도인들이 
        보은으로 집결하니 그 숫자 2만 명이라. 
        산 아래 성을 쌓고 척왜양 창의 깃발을 내걸고는
        농성을 벌이난디, 그들 행색이 가관이라. 
        탐관오리가 날뛰는 것을 분하게 여기는 자
        외국 오랑캐 내쫓자고 큰소리 치는 자
        재주는 있으나 뜻을 얻지 못해 불평 불만에 차있는 자
        지방 토호의 횡포에 목숨을 부지키 어려운 자
        모진 빚독촉 견디지 못하고 무작정 집을 나온 자 
        풍문 듣고 와본 자, 죄를 짓고 도망한 자까지
        우글우글 와글와글 기세를 올리는디,
        “왜놈들을 물리치고 서양놈을 내어쫓자” 
        “수령의 탐학과 세도가의 무단을 척결하자”  
        정부측 거동 봐라 정부측 거동 봐 
        충청감사를 파직하고 어윤중을 선무사로 파견하는 한편
        충청병사 홍계훈을 출동시켜 해산을 명하는구나.
        충돌을 염려한 동학지도부가 
        밤을 틈타 몰래 보은을 빠져나가니
        모였던 군중이 하나둘씩 흩어지게 되었더라. 
        같은 시각, 전라도 금구에서는 
        수천 명의 도인들이 흩어지지 아니하고 
        척왜 척양을 외치난디, 이른바 호남 취당이라. 
        온건 노선의 지도부와는 지향 목표가 다른 
        새로운 동학 지도부가 모습을 드러낸 바,
        이들이 바로 동세개벽을 담지한 동학 남접의 태동이라.

     

     

    2장 : 고부봉기

     

    아니리 - 아까 전봉준이 고부에서 훈장노릇 한다고 자기소개를 했는디, 고부가 어떤 곳이냐 하면 곡창지대인 호남에서도 물산이 풍부하기로 손꼽히던 곳이라. 부패한 조선 말기 매관매직과 더불어 지방관리의 수탈은 전국적 현상이되 고부는 특히 더했고, 고부군수 조병갑이란 자는 그중에서도 특히 더한 악질이었것다. 사람마다 다 오장이 육보인디 병갑이란 놈은 칠보여. 어찌 칠보냐 허면 쓸개 있어야 할 자리에 쓸개는 없고 대신 수탈보라 하는 것이 딱 들어갖고 조씨 ‧ 민씨(요새같으면 굥씨) 세도가에 줄을 대어 한자리 차지해서 밤낮으로 백성들 뼈골을 빼먹는디, 엇모리장단으로 어긋장나게 빼먹었던가보더라.  

     

    엇모리

        있는 보(堡)를 괜히 헐고 새로 보를 쌓으면서 강제로 동원한 후
        수세를 따로 거두어서 몽땅 혼자 해처먹고...
        남의 개인 산에 있는 수백년 된 나무들을 
        값도 안 치르고 마음대로 베어다 쓰고...
        태인 현감 지낸 지애비 공덕비를 세운다며 
        태인과 무관한 고부에서 돈과 패물을 징발하고...
        개간한 땅은 면세하기로 실컷 문서를 써주고는 
        개간이 다 되기도 전에 세금을 왕창 걷어가고...
        세미 받을 때는 정해진 양을 좋은 쌀로 받아놓고 
        정부에다는 나쁜 쌀을 보내 시세 차액을 착복하고... 
        흉년 풍년 할 것 없이 해마다 방곡령을 내려 
        측근을 시켜 매점 매석 쌀값을 폭등시켜 거액을 챙겨먹고...
        부자들은 따로 추려 불효‧불목‧음행‧잡기 갖가지 죄목으로 
        감옥에다가 처넣고는 속전을 받고 풀어주고... 
        이렇게 거둔 돈이 수만냥이라. 요새 돈으로 수십억원인디,
        요즘 사건에 비유를 하자면, 
        대장동 진범 50억 클럽 할애비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뺨치는 절묘한 수법이었더라

     

    아니리 - 1893년 11월, 고부 농민들은 이런 수탈에서 벗어나고자 관에다 소장을 제출했는디, 이 때 앞장선 사람이 전봉준의 아버지 전창혁씨라. 허나 무도한 조병갑이 외려 농민대표들을 붙잡아 때리고 잡아가두는 등 행패를 부렸으니, 소두로 나섰던 전창혁이 난폭한 장매를 맞고 오호 통재라, 모진 장독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구나. 
           부친 장례를 치른 전봉준이 이제 직접 전면에 나서는디,
     

     

     

    평중모리

       고부 군민 수십 명이 관아로 몰려가서 
       재차 등소를 하였으나 모두 다 쫒겨나니 
       전봉준 드디어 결심하고 동지들을 따로 만나 비밀리에 모의한다. 
       “이제 들고 일어나 싸울 밖에 길이 없소.
        계획이 서면 알릴 것이니 다들 준비하시오.”
       각 리 이장 집강들에 격문을 띄워 놓니 
       난리 나기만 기다리던 사방의 동학 농민들
       처처에 모여 앉어 의론이 들끓는다.

    평중모리내 중중모리

               “났네 났네 난리가 났어. 에이 거참 잘되았지 
                그냥 이대로 지내서야 어디 한사람 남겠나.”

    평중모리

        기일 오기만 기다릴 제, 
        이때는 어느 땐고, 동짓달 그믐이라.
        고부 죽산리 송두호 가에 도소를 정하고
        각 리 대표 도인들이 모여 선후책을 토의할 제-  
        거사의 목표와 방책을 결정한다.

    평중모리내 잦모리

               고부성을 격파하고 조병갑을 효수한다. 
               군기창과 화약고를 대번에 점령한다. 
               군수에게 아유하야 인민을 침어한 탐리는 격징한다.
               전주영을 함락하고 서울로 직행한다.  

    평중모리

        이리 결의한 연후에 사발 하나를 엎어 놓고 
        원 밖으로 빙 둘러서 이름을 세워 적는디, 
        전봉준이 먼저 이름 자를 써놓으니 
        송두호가 뒤따라서 그 옆에 이름 쓰고
        남은 사람들 차례로 자기 이름을 써나가니 
        스무 명 이름 자가 햇살처럼 펴져 난다. 
        이름하여 사발통문 이로구나.  

     

    아니리 - 이렇듯 사발통문을 돌려놓고 조병갑을 때려잡을 거사 시기를 보고 있을 적에, 아 요 병갑이란 놈이 익산 군수로 발령이 나버렸네. 전봉준, 대사를 어찌 도모할지 무장 대접주 손화중의 의사를 가만히 타진하는디, 손화중이 연배는 아래지만 입도가 이르고, 연전에 선운사 도솔암 석불 배꼽에 들은 비결을 꺼낸 일로 명망이 자자한 터라. 전봉준은 전라감영을 치는 목표에 손화중의 동참을 끌어내고자 했으나 그는 신중한 입장이라, 동의를 얻지 못했지. 
           그러던 중 뜻밖의 소식이 들리는디, 조병갑이란 놈이 요 며칠새 중앙 세도가와 전라감사에 줄을 대갖고는 고부군수로 도로 재발령을 받았다네그려. “옳지, 기회는 왔다.” 조병갑이 돌아오는 바로 그 날로 거사 날짜를 잡는디, 

     

     

    잦은모리

        그리하여 해를 넘겨 갑오년이 되었구나. 
        정월 초아흐렛날 거사 전야라, 
        달이 중천에 밝을 무렵 수백 명 걸립패가 
        만석보 한가운데서 봇굿을 시작한다. 
        쟁-기 쟁-기 쟁-기 쟁-기 
        마을 사람들 몰려 나와 지신밟기를 하는디 
        “보에 붙은 잡귀들아 어서 썩-들 물러가라 
         농사 파농에 잡세땜시 눈썹이 다 빠지는디
         수세까지 또 물려놓면 뼈골까지 파내려느냐 
         보에 붙은 잡귀들아 다시는 얼씬도 말아라.” 
        쟁-기 쟁-기 재쟁기 쟁-기
        만석보 흙더미를 마구 쾅-쾅 밟으면서 신명나게 돌아갈 제 
        어떤 사람 나서더니 소리 소리 외친다. 
        “땅 속 잡귀만 몰아낼게 아니라 사람 잡귀도 몰아냅시다.” 
        “그럽시다.”

     

    빠른잦은모리

        이때여 동진강 어구 말목 장터에 
        거사 날짜 통보받은 사방의 농민들이 구름같이 모여든다.
        선두에 선 장정들이 횃불을 밝혀 드니 
        깜깜하던 말목 장터가 대낮처럼 환해진다 
        전봉준이 나서더니 일장 연설을 하는디,
          “여기 모인 여러분, 
         가렴주구가 극에 달하여 백성이 도탄에 빠졌거날 
         등소 따위를 아무리 해봐도 소 귀에 경 읽는 격이라. 
         이제 우리가 들고 일어나서 부패한 오리(汚吏)를 징치하고 
         새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그럽시다.”
          “고부성을 격파하고 조병갑을 끌어내립시다.” 
          “와아아아아.”

     

     

    엇모리

        농민들 거동 봐라, 농민들 거동 봐
        머리에는 수건 쓰고 짚신 다시 고쳐 신고
        어떤 사람 삽을 들고 어떤 사람 낫을 들고 
        또 어떤 사람은 괭이에 호미에 절구 방맹이까지 들고
        함성을 내지르며 고부 관아로 진격한다. 
        한 패는 배들로 해서 벼락같이 뛰어가고
        또 한 패는 천태산 끼고 천둥같이 달려가고 
        다른 한 패는 젊은이들로 조병갑을 때려잡을 별동대라.
        가던 길 대밭에서 죽창을 만들어서 양 손으로 꼬나잡고 
        벼락같이 천둥같이 득달같이 내달려서 
        삼문을 와다악 딱! 열어 젖히고 우루루루루루.. 
        고부 관아를 들이친다. 
        “농민군 출두야 --- 농민군 출두야 ---” 
        “군수는 나오너라. 조병갑은 나와서 오라를 받으라.”

     

    휘모리

        농민군 함성소리 우레같이 일어나니
        하늘이 덥쑥 무너지고 땅이 툭 꺼지난듯
        관노 하인들 혼비백산 이리저리 피신할제
        그때여 조병갑은 기생 끼고 누웠다가 
        “아니 어떤 놈들이 소란이냐?
        주섬주섬 일어나다가 사세를 알아채고는
        눈알이 휘둥그레지더니 후다아아아악 딱!
        기생일랑은 팽개치고 쪽문을 박차더니 헐레벌떡
        뒷담을 겨우 넘어 허겁지겁 달아난다. 
        힘 없이 당하고 살던 우직한 농민들이 한번 불끈 일어난즉
        높기만 하던 관아 문턱이 박살이 났구나.  
        고부 관아를 거뜬히 점령하고 
        못된 아전 서리들 엄중히 징치하였더라. 

     

     

     

    2부. 고통받는 민중은 이 시각으로 일어서라

    1장 : 무장 기포, 백산 포고

     

    아니리 - 고부 관아를 점령한 전봉준은 농민군 주력을 마항시장으로 옮겼다가 관의 첩자들이 노리는지라 백산으로 진을 옮겼지. 백산은 옛부터 가활만민(可活萬民)! 고부들판이 한눈에 들어오고 부안 김제 정읍으로 통하는 전략적 요충지렷다. 도망친 조병갑 대신 새로 부임한 신임군수 박원명이 사태의 심각성을 목격하고 농민군을 달래어 해산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니, 백산에 진을 친 농민군 내부에서 의견이 강온(强穩)으로 갈리는디, “함열 조창을 부수고 전주 감영까지 쳐들어가자.” 하는 주장에 향반층 일부가 “봉기가 경계를 넘으면 역모가 된다” 하며 반대하는지라, 부득이 해산을 하게 되었것다. 

             이때여 안핵사 이용태가, 요자가 아주 포악한 자인디, 막상 부임하고도 고부에 접근도 못하고 있던 놈이 농민군이 해산하자마자 역졸들을 데리고 바로 고부로 들어와 신임군수 박원명을 상대로 오만방자하게 닦달을 하는디,

     

    평중모리
        위세도 당당하게 신임 군수를 협박한다.
        “어디 이런 따위를 군수라 하겠는가? 난리를 일으킨 놈들을 
         모조리 육시를 해도 시원치 않을텐데, 효유가 웬 말? 
         어서 역졸을 풀어 도당을 체포하라.”
        군수가 여짜오되 
        “난도들은 본시 출몰이 무쌍하와 
         창을 들면 도적이요 괭이 들면 농꾼이라, 어찌 분별 하오리까?”
        “이런 무식한 놈, 난도들은 모두 동학도니
         동학당놈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면 될 것 아닌가? 사령!” “예으이”
        “동학도는 한울님을 섬긴다 하니 
         한울님께 비는 놈, 한울님을 찾는 놈
         하늘 쳐다 보는 놈, 하늘 보고 웃는 놈, 모조리 잡아들여라.
         동학도는 냉수 떠놓고 입도한다 하니  
         냉수 잘 마시는 놈, 냉수 먹고 속 차린놈 
         냉수에다 밥 말아먹는 놈, 우물 가서 냉수 찾는 놈 -- --
         싸그리 잡아들여라. 
         동학도는 담배를 안 피운다 하니
         담배 안 피우는 놈, 담배 못 피우는 놈
         담배 싫어하는 놈, 담배를 아예 안 배운 놈
         시도 때도 없이 금연을 주장하는 놈, 모조리 잡아들여라.
         동학도는 노비를 존대한다 하니
         노비에게 말 높이는 놈, 노비와 맞절 하는 놈  
         노비를 면천시킨 놈, 노비와 혼인하거나 사둔 맺은 놈
         무조건 잡아들여라.    
         며느리 구박 안하는 놈, 가축을 학대 안하는 놈
         어린 아해를 안 때리는 놈, 여자를 겁탈 안하는 놈
         빠짐없이 잡아들여라.
         동학도는 동녘 동(東)짜를 좋아한다 하니 
         동 짜에 관심 있는 놈, 동쪽에 연고 있는 놈
         동쪽에서 나타난 놈, 동쪽 보고 서있는 놈 
         동쪽으로 문을 낸 놈   
         동쪽 보고 괜히 웃는 놈, 웃는 놈 보고 따라 웃는 놈 
         아무 일 없는데도 발을 동동 구르는 놈   
         동동주 좋아하는 놈 
         동짜와 관련된 놈 가차없이 잡아들여라!
         이름에 동짜 들어간 년놈들 
         가리지 말고 잡아들여라!”

     

    잦은모리
        동학당에 한번이라도 입도한 사실이 있는 자.
        동학당에 잠시라도 가담한 사실이 있는 자.
        동학당에다 비밀리에 입회 원서를 낸 자.
        동학당에 꼬박꼬박 회비를 내거나 후원금을 낸 자.
        후원금을 내고서도 영수증을 안 받은 자.
        동학 수괴의 지령을 받아 잠입 탈출을 일삼고
        회합 통신의 방법으로 연락을 취한 자.
        연락을 취해 놓고도 안 취한 척 하는 자.    
        허위 사실을 날조하야 고무 찬양에 나서고    
        이러한 목적의 표현물을 제작 전달 취득 소지
        복사 운반 유포한 자.  
        죽창을 들고 설치거나 칼과 낫으로 날치면서 
        병기창을 점령하고 온갖 무기를 탈취하야 
        국가 변란을 획책한 자. 
        이런 놈들은 발견하는 즉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모조리 싸그리 대구리 깡그리, 빠짐없이 가차없이 
        무조건 잡아들여라.  
        이리 분부 하여놓니 

     

    단중모리(설렁제)
        사령이 역졸을 불러 세우고 건들거리며 나간다. 
        한 손에는 창검 들고 또 한 손에는 오라를 들고
        눈발에는 핏기 서고, 살기등등 나가면서 
        “난도들아 나오너라.”
        이 곳 마을 저 곳 장터 
        이 잡듯 쥐 잡듯 샅샅이 뒤질 적에
        치고 패고 차고 밟고 닥치는 대로 쑤시고
        직신작신 몽그라뜨려, 아녀자는 겁탈 능욕하고 
        노약자는 산 채로 땅에 묻고 
        재물은 약탈, 집들은 불 태운다. 
        이렇듯 무고한 양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니
        이런 천인공노할 일이 있것느냐
        참혹한 정경 차마 눈 뜨고는 볼 수가 없네
        천추의 한이 뼈 속에 사무친다.

     

    아니리 - 이용태의 만행은 사그라드는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 분개한 전봉준은 김개남이 있는 태인과 서장옥이 있는 금산에 긴밀히 연락을 취하면서 잠행해서 무장현의 손화중을 다시 찾아갔지. 전봉준의 설득에 손화중이 마침내 결심을 한즉, 휘하의 농민군 수천명이 당산마을로 모여들었것다. 사흘동안 죽창을 만들고 대오를 정리한 농민군, 드디어 창의문을 띄우고 기포를 하는디,

              “우리는 비록 초야의 유민이나 국가의 위망을 좌시할 수 없어 이제 의기를 들어 보국안민으로 사생의 맹세를 하노니, 오늘의 광경은 비록 놀라운 일이나 절대로 두려워하거나 경동하지 말라.”

     

    잦은모리
        창의문이 알려지자 농민들이 모여든다
        “옳다 인제는 잘 되얐다. 천리가 어찌 무심하랴. 
         이놈의 세상 얼른 망하고 새 세상이 나와야 한다.” 
        농민군 거동 봐라. 
        무장현에서 고창현으로, 고창현에서 흥덕현으로 
        흥덕현 지나 부안현으로, 부안현 지나 줄포를 거쳐 
        군세를 확장하더니 고부군을 점령한다. 
        고부에서 1박 하고 백산으로 향할 적에
        태인의 김개남과 금구 원평의 김덕명과 진산 일대의 서장옥도 
        휘하의 농민을 이끌고서 백산으로 집결한다. 
        남접 연합 동학 농민군이라. 
        백산은 낮은 토성이라. 
        흰 옷 입은 농민군이 죽창 들고 운집하니
        일어서면 백산이요 앉으며는 죽산이로구나.
        지휘 체계를 정하는디, 
        총대장은 전봉준이요 
        총관령은 김개남 손화중이요, 
        총참모는 김덕명과 오시영이요 
        영솔장은 최경선이요, 송희옥과 정백현은 비서라. 
        조직을 세운 연후에 격문(檄文)을 발하는디
        당당한 출사표(出師表)로구나.  

     

    단중모리
        우리가 의를 들어 이에 이른 것은
        창생을 도탄 가운데서 건지고 
        국가를 반석의 위에다 두고자 함이라.  
        안으로는 탐학한 관리의 머리를 베고
        밖으로는 횡포한 강적의 무리를 내쫓고자 함이라.
        양반과 부호에게 고통 받는 민중과 
        수령의 밑에서 굴욕을 받는 소리(小吏)들은 
        우리와 같이 원한이 깊을 터, 
        조금도 주저치 말고 이 시각으로 일어서라. 
        만일 기회를 잃으면 후회하여도 미치지 못하리라. 

     

    아니리 - 앞서 무장 창의문이 유교적 이념체계 안에서 봉기의 명분을 찾은 것이라면, 백산에서의 격문은 농민 봉기의 뜻과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힌, 이를테면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의 선언문, 출사표(出師表)라. 이 때 격문과 더불어 봉기 목표인 4대 명의(名義)와 행동 강령인 12개조 기율을  잇따라 발한 바, 여기 모인 청중들 공부 삼아 소리로 한번 엮어보는디, 

     

    중중모리
        4대 명의를 볼작시면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말고, 재물을 함부로 다치지 말라.
         충효를 다하여 세상을 구하고, 백성을 먼저 편안케 하라. -
         왜놈 오랑캐를 몰아내고, 나라의 정치를 밝게 한다. 
         군사를 몰아 서울로 들어가 권귀들을 모다 진멸한다.] 

     

    잦은모리
        십이(12) 개 조(條) 기율을 볼작시면
        [항복자는 대접하고 곤궁자는 구제한다. 
         탐학자는 추방하고 순종자는 경복한다. 
         도주하는 자는 쫓지 않는다.
         굶주린 자는 먹이고 빈한한 자는 진휼한다. 
         간사하고 교활한 자는 그치게 하고
         불충한 자는 제거한다. 
         거역하는 자는 효유한다. 
         병 든 자에겐 약을 주고 불효자는 죽인다.]  
         흐트러진 기강을 바로잡고 
         비틀린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농민혁명 대장정이 시작되었더라. 

     

    아니리 - 갑오년 3월 백산에 집결한 농민봉기의 주력은 말하자면 호남 우도 동학 세력인디, 고부의 전봉준, 무장의 손화중, 태인의 김개남, 그리고 호남‧호서 경계인 진산의 서장옥은 봉기 시점이 일치하고 사전 합의해서 서로 호응한 동정이 역력한바, 이른바 남접 동일체라.

     


    2장 : 황토현 승리

     

    아니리 - 백산의 연합농민군은 곧 전라감영이 있는 전주를 목표로 진군을 계획한즉, 전라감사 김문현이 놀라 급히 정부에 경병을 요청하면서 향병과 보부상을 징발하고 감영 포군을 가세시켜 전주로 들어오는 길목을 막게 했지. 전봉준 생각에 관군과 전면전을 벌이다가 경병의 포위를 받으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터. 경병이 도착하기 전에 영병을 따로 격퇴하는 것이 상책이라. 전략상 후퇴작전을 세우는디, 손자병법 맨 마지막 36계 줄행랑 병법에다 제8계 암도진창(暗渡陳倉) 병법, 행동을 고의로 노출시켜 기습공격을 하는 전술이라.

     

    세마치
        동도대장 전봉준이 지시한다. 
        “농민군 부대는 지금부터 삼(3)대로 나누어 편성하되 
         전주 감영으로 향하지 말고, 1대는 부안현 서도면으로
         2대는 태인현 인곡으로, 3대는 원평에 잔류하였다가 
         감영군 병력을 밖으로 유인한다.”
        이때여 전라감사 김문현은 
        “오호라 이러다 경군이 먼저 도착하면
         모든 전공은 초토사가 다 가져가고
         전라감사에겐 책임만 돌아올 터, 영장!” “예--으이”  
        “경병이 오기전에 난도들을 퇴치하라” “예-으이” 
        영장 이경호가 감영군에 보부상을 합류시켜
        원평을 향해 의기양양 진군하니,
        잔류했던 농민군 부안 쪽으로 도망친다.
        감영군 거동봐라. 오만방자 추격할 제,
        민가에 들어가 재물을 약탈하고
        여인네를 겁탈하고 심지어는 마구 끌고 가니
        군령이 안 서고 군기 문란이 자심하다.  
        농민군이 때를 맞춰 부안군을 점령한 후 
        천태산 넘어 도교산에다 진을 치니,
        쫒아오던 관군이 황토재 아래 다다를 제
        어느덧 날이 저무는구나. 
        이때여 양호 초토사 홍계훈은 
        장위영 정예군 8백 명을 이끌고 
        인천을 출발, 군산항에 도착
        전주 감영을 향해 서둘러 발행한다. 

     

    잦은모리
        이 날 밤 농민군은 시목리에 포진하고
        관군은 황토현에 본영을 설치하야 대치하던 차에
        관군 거동 봐라. 군기는 문란하고 음주 가무가 질탕하다. 
        야밤 삼경에 술 잔뜩 쳐먹고 벌러덩 나가 자빠졌구나. 
        농민군 거동 봐라. 가만히 매복하야 동태를 살피다가 
        “오호라 지금이 호기로다. 기계(奇計)로써 야습 하리라.” 
        가만 가만 가만 가만, 가만 가만 가만 가만 
        몰래 접근하야, “쳐라!” “진격! 진격!” 
        우레같은 고함 소리 하날이 무너진 듯 
        벽력같은 호령 소리 땅이 툭 꺼지는 듯 
        사방에서 우루루루루루... 
        “진격하라. 농민군 진격하라!” 
        한참 곯아 떨어진 관군 높은 놈들이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아니 어떤 놈들이 관군님들 곤히 주무시는데 이리 소란이냐?
        잠꼬대 하다가, 아이쿠, 동학군이닷!” 후다다다다다닥!
        넘어지고 자빠지고 엎어지고 꼬꾸라져 “걸음아 날 살려라.”
        가련할손 일천 관군 날도 뛰도 오도가도 못하고

     

    휘모리
        숨 맥히고 기 맥히고, 칼도 맞고 창도 찔려 
        앉아 죽고 서서 죽고, 가다 죽고 오다 죽고
        오도 가도 못하고 죽고
        뛰다 죽고 기다 죽고, 밟혀 죽고 눌려 죽고 
        끼여 죽고 채여 죽고, 빠져 나오다가 죽고
        자다 죽고 깨다 죽고, 자다 깨다 졸다 죽고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따져보다 죽고 
        힘써 죽고 애써 죽고, 애타 죽고 성내 죽고 
        실없이 죽고 어이없이 죽고, 원통히 절통히 죽고
        엎어져 죽고 누워서 죽고, 발랑 자빠져 죽고 
        배실배실 웃다 죽고 꺼억꺼억 울다 죽고
        가슴 쾅쾅 두다리다 죽고
        허둥대다 죽고 버둥대다 죽고 
        장담하다 죽고, 호기부리다 죽고, 죽어보느라고 죽고 
        바쁘게 죽고 찬찬히 죽고, 쉬어가면서 죽고
        팔 부러져 다리 부러져 아뿔사 댕겅, 
        모가지가 달아나 하릴없이 죽고, 
        바서져 죽고 찢어져 죽고, 흉하게 죽고 더럽게 죽고
        무섭게 눈빠져 혀빠져 골빠져, 오사 급사 악사 몰사하고, 
        한 놈은 그짝에 창을 거꾸로 쥐고 덤비다가 
        제 창에 제가 찔려 결과적으로 자결하고...
        또한놈은 천막 꼭대기로 북북북북북 기어이 올라가더니만, 
        “아이고 나는 삼대독자 외아들이오. 내가 시방 죽게 되면 
         우리 가문은 영 문닫쳐버리오.” 
         천막 와지끈! 때때그르르 아뿔사 낙상하야 독자적으로 뻗고...
         어떤 속없는 관군놈은 “이런 녜미,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거시기          
         헐 것인디 녜미 거시기도 못하고 이게 뭔 거시기여 녜미” 
         줄창 녜미 거시기만 찾다가 거시기로 죽고...
         어떤 보부상놈은 “어허 내가 진작에 농민군에 가담했더라면 
         이렇게 징발되어 개죽음을 당하지는 않았는디...” 
        후회하다 개죽음으로 가고...
        이렇게 죽고 저렇게 죽다 보니 
        일등명장이 쓸데가 없고 날 랜 군사가 무용지물이로구나 
        오만방자 거들먹거리던 관군 보부상 일천여명이 
        농민군한테 모조리 싸그리 대구리 깡그리 전멸당하니 
        양호초토사 전라감사 기절초풍하야
        “어 이대로 있다가는 전주는 물론이요 서울까지도 맘놓을 수 없겠다.
         조정에 전보를 쳐라 어서 급히 전보를 쳐라.” 
         급-전-급-전- 급-전-급-전-  또-또-또-또- 또-또-또-또-
        “경병만으로는 불가하니 외국 군대를 차용하시오.”
        외-국-군-대- 외-국- 군-대-  청-병-청-병- 청-병-청-병-  
        또-또-또-또- 또도-또또-또-  또도–또또-또- 또도도또또-또-

     

    아니리 - 1894년 당시 정부하고 전라감영 사이에 웬 무전 연락망이 설치돼 있었던가 보더라. 홍계훈이란 놈이 지 죽을 줄 겁이 나서 앞뒤 안가리고 무전으로 급히 외국군대 차용을 건의한 것이렷다. 

     

     

    3장 : 가자, 전주성으로

     

    아니리 - 그건 그렇고 전주감영에 경병이 진주한지라, 전주성을 함락하자면 다시 탁월한 전략이 필요한 터, 이번 전략은 손자병법 제15계 “호랑이를 밖으로 나오게 하는” 조호리산(調虎離山) 병법과, 제6계 “동쪽에서 소리내고 서쪽을 치는” 성동격서(聲東擊西) 계책을 병합한 것이렷다. 

     

    중머리
        동학 농민군 거동을 보아라. 남쪽으로 부대를 향하는디,  
        황토현을 떠나 고부 정읍을 거쳐 흥덕으로 일단 나아갔다 
        고창 거쳐 무장 들러 군세를 점검한 후 
        영광을 점령하고 남쪽으로 내려갈 제,
        감옥을 모다 부숴 갇힌 자들을 풀어주고 
        세금 장부를 압수하고 탐학한 아전들을 처벌한즉,
        너도 나도 입도(入道) 합류하니 세력이 확대된다.
        낮에는 검술 훈련 
        “시호시호 이내시호” 
         밤에는 둘러 앉아 동학 주문을 외는디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만사지”  
        이때여 경군 거동 봐라 
        전주 감영을 나오더니, 금구 원평 지나 
        고창 거쳐 영광 쪽으로 추격을 하거날
        신출귀몰 농민군 모였다가 흩어지고, 흩어졌다 또 모이고
        나타났다 홀연 사라지고, 사라졌다 번뜩 나타나고 
        행방이 묘연한즉 공격이 어렵구나. 
        속수무책 되었더라. 

     

    중중모리
        함평으로 향하면서 경군을 유인하는구나.
        어떤 장부(丈夫) 소년 하나를 어깨 위에 올려 놓고 
        맨 앞에 서서 행군하는디, 
        아이가 남색 깃발을 들고 상하 좌우로 신호를 하니 
        대기하던 기수들이 이를 좇아 신호한다.
        청홍 백황 오색기를 상하로 오르내리고 좌우로 흔들며 
        혹은 급하게 혹은 느리게 행렬에 신호를 보내니 
        뒤따르던 풍물패들이 장단을 바꾸어 몰아친다. 
        쟁-기 쟁-기 재쟁기 쟁-기 부우우우우우우우
        나발 소리 요란하더니 
        덩덩- 덩-덩 덩-딱 끼--
        신명나는 풍물소리에 사기충천!
        일사불란 진퇴가 행해진다. 
        기마자 수백이 갑옷을 입고 전립까지 쓰고
        오색 두건을 머리에 두르고 호기있게 나아갈 제,
        그 뒤로 깃발 든 기수들이 활기차게 따라가는디, 
        보- 제- 중- 생-  안- 민- 창- 덕- 
        보- 국- 안- 민-  제- 폭- 구- 민-  깃발들이 나부낀다. 
        총을 가진 자 수백 명이 집총 자세로 행진하고 
        창을 가진 자 수천 명과 칼을 가진 자 수천 명이 
        보무 당당 행진하니, 이런 장관이 또 있느냐?
        동학 농민 혁명군이로구나. 

     

    엇모리
        농민군 거동 봐라, 농민군 거동 봐.
        함평을 점령한 후 북상을 시도할 제 
        한 곳 당도하니 장성 황룡촌이라.
        이때여 초토사 홍계훈은 대관 이학승에게 
        병정 삼백 명을 주어 장성으로 가게 한 바 
        월평리 삼봉 아래 쉬고 있던 농민군과 우연찮게 마주쳤구나. 
        화력이 좋은 경군이 포를 쾅- 쾅-
        깜짝 놀란 농민군이 산봉우리로 후퇴를 하니 
        경군이 농민군을 오합지졸로 여기고 
        산 아래까지 뒤쫓으며 쿠르프포를 쾅-- 쾅-- 
        이때여 산등성이에 큰 죽롱이 나타나더니 
        산 아래를 향해 굴러오는디, 
        밖으로는 칼을 꽂아 고슴도치 같고 
        바퀴를 두 개씩 달아놓아 무서운 속도로 굴러온다. 
        놀란 관군이 연환을 마구 쏘아대고 
        시석도 마냥 쏘아대보나 모두 죽롱이 막아내고, 
        대나무 뒤에 숨은 농민군이 총을 쏘며 달려드니 
        화급해진 관군이 포를 버리고 도망친다.
        경병 대관 이학승은 끝까지 대들다 골로 가고, 
        도망치는 무리들은 더 이상 쫒지 않고 살려주어 보냈다더라.
        동학 농민군이 막강 경군을 상대로 통쾌하게 승리한
        신형무기 닭둥우리를 활용한 장태싸움이었더라

     

    잦은모리
       
    경군을 물리친 농민군이 
        전주 감영을 향하여 북상을 시도한다.
        정읍 지나 태인 거쳐 금구 원평에 이르러
        임금이 보낸 선전관 이주호를 체포, 
        내탕금을 압수하고 공개 처형을 행하니,  
        사기가 더욱 충천한다.  
        전라감사 김문현은 벌써 파면되었고, 
        신임 감사 김학진은 아직 부임 전인디 
        홍계훈은 남행하여 여태 복귀 못한지라,
        전주성은 공백이요 거의 무방비 상태라.
        전주 코앞 삼천에 다다라 하룻밤을 머무를 제,
        전라감사 김문현은 성문을 굳게 닫아 걸고  
        월담 할까 염려하야 성벽에 붙은 민가들에 
        불을 질러 버렸구나. 
        다음 날은 전주 서문밖 장날이라. 
        전라도 곳곳에서 모여든 동학군들이 
        장꾼들에 함께 섞여 시장 안에 들어와 있는디, 
        그 수가 무려 만 명이라. 바글바글 할 제,
        오시(午時)쯤 되자 장터 건너편 용머리 고개에서 쿵!-- 
        대포 소리가 터져 나오더니, 탕 탕 탕 탕 탕 탕
        수백 방의 총소리가 시장판을 뒤덮는다. 

     

    휘모리
        별안간 난 포소리에 놀란 장꾼들이  
        혼 비 백 산(魂飛魄散) 사방으로 달아난다.
        이때여 성 안에서 내통자들이 성문을 활짝 여니, 
        상인이며 농민이며 늙은이며 젊은이며 
        사내며 아녀자며 할 것 없이 
        서문으로 남문으로 물밀듯이 들어간다. 
        동학 농민군이 장꾼들에 같이 섞여 
        고함을 지르면서 총질을 해대니 
        파수 보던 병정들은 영문을 모른 채로 어안이 벙 벙.
        엎어지고 자빠지고 제 살 길을 찾는구나. 
        삽시간에 성 안에는 동학 농민군이 벌떼같이 모여들어 
        소리 높여 외치는디 
        “녹- 두- 장- 군- 출- 도- 여-” 
        “녹- 두- 장- 군- 출- 도- 여- 
        전라감사 김문현이 안절부절 못하거날 
        육방관속 정신 잃고 이리저리 피신할 제 
        아무리 내뺀들 독 안에 든 쥐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서로 부딪쳐 쾅!- -- -- -- 
        코 터지고 박 터지고 이빨 깨지고, 피 죽죽 흘리난 놈
        발등 밟혀 자빠져서 목만 빼논 채로 아이고아이고 우는 놈
        아무 일 없는 놈도 우루루루루루 
        “어허 우리 감영 큰 일 났다.”
        그 통에 전라감사, 판관이며 영장이며 
        벼슬 깨나 있는 놈은 급한대로 꾀를 내어 
        관복 벗어 제껴놓고 속옷만 입은 채로, 
        가죽신도 벗은 채로 짚신으로 바꿔 신고, 아니면 그냥 맨 발로
        피난민 틈에 끼어 동문 밖으로 달아난다. -- -- -- -- / 0
       

    중머리
        이때여 전봉준 대장은 
        정예군을 거느리고 서문으로 들어와 
        선화당에다 좌를 정하니 
        “동학 농민군이 전주성을 함락했다.”
         조선 역사 이래 최초의 농민혁명이로구나.

     

     

     

    3부. 갑오세 가보세

    1장 : 집강소 설치

     

    아니리 - 갑오년 4월 말, 전주성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에 경악한 정부는 청군의 파견을 요청하는 조회문을 청나라에 보냈는디, 청나라가 곧바로 청군 2500명을 파견키로 조치를 하니, 예의주시하고 있던 일본이 즉시 6000명 규모의 혼성여단 병력을 파견키로 결정한즉, 조선의 정세가 전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것다. 
             한편 전주성을 점령한 동학농민군과 전주성을 포위한 경군은 매일 전투를 벌인즉, 이른바 ‘완산전투’라. 완산전투에서 농민군은 적지않은 타격을 받게 되는 바, 숫자만 믿고 무작정 공격하다가 당한 것도 크지만, 화력이 좋은 경군이 전주성 안으로 무시로 화포를 쏘아대니, 이성계 영정이 보관되어있는 경기전마저 파괴된지라, 성안의 군심 민심이 뒤숭숭했지

            이런 정황에 초토사 홍계훈이 효유문을 계속 성 안으로 던져넣는디, “바라는 바를 들어줄 터이니 속히 해산하라.” 심지어는 “전봉준을 체포해 오는 자는 포상한다.” 심리전을 펴니 농민군 내부에 동요가 일고, 게다가 청국 군대가 들어온다는 정보를 입수한 전봉준, 홍계훈을 상대로 기싸움을 벌이는디, 

     

    단중모리 : 
        전봉준이 소지문을 보내는디
        “우리도 선왕의 백성인데 어찌 반역할 수 있겠는가?
         병사를 일으켜 죄없는 백성을 죽이기를 누가 먼저 하였는가?
         백성을 괴롭히고 수탈하기를 누가 먼저 하였는가?  
         정부가 제거 못한 탐관오리를 
         우리가 나서 제거하는 것이 왜 죄가 되는가?
         전주 감영에 마구 포를 쏘아 
         국조를 모신 경기전을 부순 것이 잘 한 일인가?
         우리가 전주성을 점령한 것은 목숨 구명에 불과한 것.
         여기 반드시 개혁해야 할 폐정 조목을 적어 보내니 
         임금께 보고해 주기를 요구하오. 

     

    잦은모리
          전운소를 혁파하고 균전사를 폐지하며, 
          백지 징세를 하지 말 것.  
          보부상의 작폐를 금하고, 잠상(潛商)의 무역을 금할 것.
          전세(田稅)는 전례를 따르고, 민가의 잡역은 줄여 없앨 것.
          탐관오리를 파면시키고, 관직을 사고 파는 자를 축출할 것.
          수령은 자기 관할 내에서 전답 매매를 하지 못하며, 
          백성의 산지를 강제로 수용하지 말 것.
          각읍의 아전을 돈을 받고 뽑지 말고 쓸만한 사람을 택할 것.
          동학 교도를 무고히 살육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동학과 관련돼 갇힌 이는 모두 신원할 것.
          외국 상인들 행상은 포구로 제한하고 도성 출입을 금할 것.,
          국태공의 감국을 받들게 하야, 아래로는 백성을 편안케 하고 
          위로는 종묘 사직을 보존케 할 것.  
          

    아니리 – 이 폐정개혁안은 농민 봉기의 이유와 목적이 절절히 담겨있는 내용들로, 첫째는 탐관오리의 처벌과 제거, 둘째는 삼정의 개혁과 부당한 조세의 철폐, 그리고 외국 상인의 불법활동 금지 등으로 요약되는 바, 특이한 사항은 국태공의 감국을 언급한 것이라. 
           5월초 청병이 아산만에 상륙하자 일본군이 무단으로 제물포항에 상륙하니, 아차 싶은 조선정부, 양국 군대 철병을 위해서는 농민난이 수습되었다는 명분이 필요한지라, 폐정개혁안을 임금께 상주하는 것과 신변 보장을 조건으로 농민군이 전주성에서 철수하기로 홍계훈과 전봉준이 타협을 맺은 바, 이른바 ‘전주화약’이라. 

     

    세마치
          농민군이 전주성을 철수하자 
          조선 정부가 내정 수습을 명분으로 
          일본과 청국의 철병을 요구한즉 
          일청 양국이 모두 철병을 거부한다.
          일본은 열강의 권고까지도 일축, 
          병력을 동원, 경복궁을 점령하고
          대원군을 앞장 세워 개화정권을 조각, 
          조선을 강탈하려 드는구나. 
          아산만 앞 풍도에 주둔한 청국 함대를 
          선전포고도 없이 기습 공격, 박살 내더니
          평양성을 놓고 청군 2만명과 일본군 1만명이 격돌,
          막강한 화력의 일본 군대가 청군을 섬멸,
          청나라는 조선서 패퇴하고, 동아시아는 정세가 격동한다. 

     

    아니리 : 일본은 김홍집을 총리로 개화내각을 세워놓고는 군국기무처라는 것을 설치케 해서 개혁을 단행한즉 소위 갑오경장이라 하는 것이렷다. 그 내용을 볼 것 같으면 문벌과 반상의 등급을 없애고, 연좌율을 폐하고, 노비의 법을 혁파하고, 과부의 재가를 허하고, 인신 매매를 금하는 등 일부가 농민군 폐정개혁안에 부합되나, 사실은 개혁이라는 미명하의 친일 개화라. 일본은 서울‧부산간 군용 전신공사 착수, 경부‧경인 철도부설권 탈취, 목포 등지의 개항 요구 등 노골적인 침략 야욕을 드러냈것다. 
            한편 전주감영에는 김학진이란 이가 감사로 부임해서 “농민군의 병기 반납이 선행되면 지난 날의 행동은 일체 불문에 붙이겠다”면서 특별한 제안을 했었는디, 바로 집강소안(案)이라. 면 ‧ 리 단위의 행정 실무자인 집강을 농민들이 직접 뽑는 방안을 제안한 것인디, 당시는 폐정개혁 관철이 우선이라 이를 수용할 수 없었거날, 일본군의 경복궁 점령 소식을 접한 김학진이 위기를 느기고 농민군 지도부에 재차 회담을 제의한 바, 마침 전봉준이 김개남이 웅거하고 있는 남원에 가있던 때였던가 보더라. 

     

    중머리 
          김학진 명을 받은 군관 송사마가 남원으로 말을 달려 
          농민군 지도부 전봉준과 김개남에게 편지를 내놓는다. 
          “서울에 난이 일어나 국왕이 위태로운 바,
           나라가 없으면 백성이 어디 있으리오. 
           도인들을 이끌고 전주성을 함께 지켜 
           국난의 극복을 도모함이 어떠하오?” 
          전봉준이 깊이 탄식하며
          “나라가 위기에 처하매 보답할 수 있다면 
           난을 일으킨 내가 결자해지하리다.”
          담신을 주어 군관을 보낸 후에 김개남이 항의한다. 
          “저런 쓰잘데기 없는 것들과 타혐이라니, 
           나는 전대장 말에 동의할 수 없소.”
          전봉준이 설득한다.
          “저들 일본 오랑캐가 예봉이 심히 날카로운바 
           잠시 물러나 우리의 세력을 북돋운 연후 
           계책을 취함이 만전지책이라. 
           김장군은 다시한번 깊이 생각해주오.”
          전봉준이 수하 정예 무리를 이끌고 전주 감영을 찾아갈제, 
          높은 관을 쓰고 마의를 입고 붉은 말을 타고 풍남문을 들어서니
          총칼을 든 군졸들이 좌우로 정렬하여 위세부리며 서있거날 
          전봉준 단독으로 전혀 거리낌 없이 선화당으로 들어가니 
          김학진이 반기하야 둘이 서로 마주 앉아 협상을 벌이는디 
          “전주성 안에 전라 좌우도 대도소를 설치하고
          각 군현 단위로 집강소를 설치한다.” 
          관민상화 지책이라.    

     

    중중모리
          집강소 구성을 볼작시면 각 고을의 책임자가 집강인디
          서기 성찰 집사 동몽 직임을 나누어서
          치안을 맡고 민원을 처리하니 완연한 자치단체라.        
          동도들이 직접 행정을 하니 이서들은 단지 명목 뿐이라. 
          전봉준 거동 봐라
          민폐를 살펴보고 치안 질서를 지시할제
          “이미 거둬들인 각종 병기난 숫자와 소유자를 기재하야
           하나는 감영에 하나는 각 집강소에 빠짐없이 비치하라. 
           역마와 상마는 출처를 가려 주인을 찾아 돌려주고 
           재물을 약탈하는 자는 군율로 처벌받게 하라.” 
          전봉준과 김학진이 선화당에 같이 앉아   
          집강소의 보고들을 함께 상의하여 결재하니    
          전봉준 장군이 실세 전라감사요, 
          김학진은 단지 문서를 시행할 뿐
          사람들이 그를 두고 도인(道人) 감사라 불렀다더라.

      

    아니리 - 그리하여 나주와 운봉을 제외한 전라도 50여 군현 대부분에 집강소가 설치되니, 저 프랑스 ‘빠리 꼼뮨’을 넘어서는 지방자치기구의 귀감이라. 집강소의 운영은 짧지만 동학농민혁명이 거둔  가장 큰 성과였것다.

     

    2장 : 남⦁북접 합작

     

    아니리 - 그러허나 1894년 6월 이후 조선의 국내외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간 바, 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침략의 마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일본은 조선 침탈의 가장 큰 장애물이 동학 농민군임을 간파하고 완전 섬멸할 계획을 세웠거날, 사실 집강소 체제 동안에도 삼남에서는 척왜 봉기가 끊이지 않고 일어났지. 농민군 안에서는 남원 김개남의 입장이 그러한디, 8월 하순 교룡산성 병기고를 헐어 무기를 확충하고 부호들 전곡을 거두어 군량을 비축하고 도회소를 설치하니, 모여든 농민군이 8만명에 달했다고 하더라. 
           상황이 급박한지라 전봉준 ‧ 김개남 ‧ 손화중 세 장군이 모여 정세를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디, 

     

    중머리
          전봉준이 제안한다. 
          “지금 사세를 보건대 일본 오랑캐가 청국과 싸워 이긴 후엔
           반드시 군대를 우리 쪽으로 돌릴 것.
           우리는 비록 수는 많으나 저들의 막강한 화력을 당할 수 없을 터
           지금 무너지면 마침내 우리 뜻을 이룰 수 없게 될 터이니 
           때를 기다려 상황 변화가 오기를 지켜 봄이 어떠하오?”
           김개남이 반박한다. 
          “백성은 한번 흩어지면 다시 모이기 어려운 것.
           내 생각엔 진즉에 서울로 쳐들어가야 했소.
           시간을 더 끌다가는 기회는 다시 오지 않소.”       
          손화중이 피력한다. 
          “지금 전라도가 모두 호응하고 있지만 
           양반이나 부호들은 우리를 따르지 아니하고 
           특히나 법헌께서도 아직 때가 아니라 하고 있는 바 
           흩어져 살아남는 길을 도모함이 어떠하오?”  
          김개남이 버럭! 화를 내는디 
          “때가 아직 안됐다는 말은 비겁자들이나 하는 말
           저기 우리 농민군들을 보시오. 하루라도 빨리 봉기합시다.”
          격론을 벌여보나 결론이 나지 않는지라
          전봉준이 남원에 계속 머물면서 
          혹은 김개남과 다투고 혹은 서로 뜻을 맞추더니
          뭔가 밀약을 한 듯 일단 전주성으로 돌아간다.    

     

    아니리 – 그 무렵 한양 조정에서 고종 명의의 효유문이 내렸거날, ‘농민군 해산을 종용하는 내용’이라. 그러자 그동안 일본에 치어 뜻을 펴지 못하고 있던 대원군이 이를 이용해서 자신의 심복들을 시켜 고종 명의로 된 별도의 밀지를 내려 보내는디, 그 대상이 삼남의 양반사족과 충신들 자식, 거기에 동학도인과 행상‧보부상의 우두머리로 돼있는바, 그 내용이 이러했것다. 

     

    창조(唱調) - 오호라 내 덕이 부족하여 왜 오랑캐가 궁궐을 침범하여 종묘사직이 위박한지라, 비밀리에 측근 신하를 보내 삼남의 의용군을 모집케 하나니, 다같이 창의에 참여해서 망해가는 나라를 일으키고, 내 위태로운 명을 구하라.

     

    빠른잦은모리
          9월 4일 전주 대도소 도집강 앞으로 
          고종이 내린 효유문이 전달된 즉 
          그 내용이 농민군 해산을 종용하는지라.
          도집강 송희옥이 대책을 강구할제
          바로 다음날 대원군의 밀사가 찾아와서 밀지를 내놓는디 
          창의를 촉발하는 전혀 다른 내용이라.
          송희옥이 전봉준에게 급히 서신을 띄우거날 
          “운현궁으로부터 효유문과 비계가 하루 차이로 내려온즉 
           이러한 일은 속히 행하면 만전책이 될 것이요 
           늦으면 기밀이 발각되는 것이므로, 이를 양찰하시고 
           날으듯 빨리 오시어 대사를 도모토록 하사이다.”
          그 다음날 김개남은 대원군의 밀사로부터 밀지를 전달받은 바 
          예의를 갖추어 공손히 대접하더니
          다음날에야 소모사가 와서 효유문을 내어놓니
          김개남 분을 내어 
          ”너는 어찌 망령되이 이런 거짓 효유문으로 
           국태공을 우롱하는다?” 꾸짖어서 내쫓았다더라. 
          같은 날, 9월 8일 태인에서 삼례로 나온 전봉준은
          밀사를 직접 만나 밀지를 전달 받고
          이러한 사실을 김개남과 손화중 등 
          지도부 핵심들에게만 극비리에 알리면서 
          본격적으로 재봉기 채비를 갖추는구나. 

     

    아니리 – 전봉준이 재봉기를 결심한 계기가 대원군과 연합이라는 상황 조건의 변화에 있기는 하지만, 대원군이라는 존재가 없었다 하더라도 농민군은 재봉기 하였을 터. 대원군이 시켜서 봉기한 게 아니다 이 말이여. 
             결심을 굳힌 전봉준과 김개남은 서둘러 군기와 군수미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호남 충청 각 지방에 척왜 취지의 격문을 발송한즉, 농민군들 각지의 무기고를 헐고 무장해서 모여드
    는디, 김개남 휘하로 수만명, 전봉준 휘하로 수만명, 10만명이 넘는 농민군이 모여들었것다. 
             허나 본격적인 북상은 좀 미뤄졌으니, 하나는 때가 농사철이라 우선 추수가 급하고, 다른 하나는 최시형 휘하의 북 접 농민군의 합류가 반드시 필요했던 것. 남북접의 합작을 위한 막후 교섭이 개시되는디, 

     

    세마치
          북접 계열의 오지영 접주가 삼례에 웅거한 전봉준을 찾아와
          교단의 분열을 개탄하며 사자(使者)를 자청하니, 
          전봉준이 반기하여 “항일 전쟁에 어찌 남과 북이 있으리요 
          목숨 걸고 우리 모두 하나가 됩시다”  
          오지영 거동 봐라. 
          충청도 보은 장내리 대도소로 최시형을 찾아가 아뢰는디
          “지금 왜놈 오랑캐들은 동학도라면 가리지 않고 해하는 바
           더이상 만행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남북접이 어깨를 걸어야 하오.”
          듣고 있던 최시형이 손을 들어
          “도소에 내려가 상의하라.”
          대접주 간에 언쟁이 분분할 제, 손병희 분기하여 일갈한다.
          “도인끼리는 생사를 같이 하자.” 합의한즉
          보고 받은 최시형이 단호한 어조로 명하는디,
          “인심이 곧 천심이라. 이는 곧 천운이 다다른 것.
           남북의 도인들은 모두 하나로 힘을 합쳐 대원(大願)을 실현하라.”
          통문을 발하는구나.
     

    잦은모리
          통문이 당도하니 전봉준 기포한다. 군사전략을 세울 적에 
          “손화중과 최경선은 남쪽으로 내려가서 
           해안으로 침투하는 일본군을 막으라. 
           전봉준과 김덕명은 공주를 향해 진군하고 
           김개남은 이와 별도로 청주로 진군한다.”
          삼례를 출발한 농민군, 여산을 거쳐 은진에서 강경으로 선회하여 
          군수품을 조달한 후 논산으로 향한다. 
          그때여 손병희의 북접 동도는 청산에서 취회한 후 보은으로 집결,
          갑대는 공주 동쪽 대교를 향하고, 
          을대는 연산을 거쳐-논산으로 합류한다. 논산 대집결이라.
          전봉준과 손병희가 의형제를 맺으니
          전봉준은 양호 창의 영수요, 손병희는 대통령이라.
          남북접이 하나 되어 기세를 올리는디 
          수운 선생 창안하신 칼노래 칼춤으로 신명을 돋우는구나.

     

    중머리
          시호시호 이내시호 부재래지 시호로다 
          만세 일지 장부로서 오만년지 시호로다 
          용천검 드는 칼을 아니 쓰고 무엇하리
          무수장삼 떨쳐 입고 이 칼 저 칼 넌즛 들어
          호호망망 넓은 천지 일신으로 비껴 서서 
          칼 노래 한 곡조를 시호시호 불러내니

     

    중중모리
          때가 왔네 때가 왔어. 다시 못올 때가 왔네
          용천검 날랜 칼은 일월을 희롱하고
          게으른 무수장삼 우주에 덮여 있네
          만고 명장 어디 있나 장부 당전 무장사라  
          좋을씨고 좋을씨고 이 내 신명 좋을씨고 

     

    3장 : 아, 우금치

     

    아니리 - 양호창의영수 전봉준 장군이 충청감사 박제순에게 편지를 보내는디, “조정 대신들이 일신의 안위에 급급, 임금의 군대를 동원하여 백성을 해하고자 하니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이오? 원컨대 각하께서는 크게 반성하고 척왜의 대오에 동참하여 의로써 죽음을 같이하면 천만다행이겠소이다.” 예의를 갖추어 칭호까지 붙여 설득을 해보나 소 귀에 경 읽기라. 박제순 이놈이 누군고 하니 10년 후 을사오적에 들어가는 놈이거든. 호응할 리 없지. 그건 그렇고.
           농민군의 목표는 공주성이라. 공주에는 감영이 있는디, 북으로 금강이 막아서고 삼면이 산에 막혀 길목만 지켜도 뚫기 어려운 요새거날, 공주를 놔두고 북상하다가는 후방에 적을 두어 협공 당할 염려가 있는지라, 전봉준‧손병희 남북접 연합부대가 공주를 점령하기 위해 출정하는디, 

     

    잦은모리
          쟁기 쟁기 쟁기 쟁기 깽쇠 소리가 판을 가르자 
          덩  덩  덩  덩  북소리 울리더니 
          부우우 우우우 우우우 우우우 새납 소리 불어대며
          동학농민군 출정(出征)한다.
          선두에는 기수들이 깃발 높이 들었는디
          보국안민! 척양척왜! 제폭구민! 광제창생! 
          농민군 거동 봐라  
          군복이며 민복이며 있는대로 껴입고는
          품안에다가 궁을(弓乙) 부적 하나씩 간직하고 
          짚신에다 감발하고 걸망 어깨에 들어메고
          총을 든 자 칼을 든 자 죽창 비껴 세워 든 자
          앞뒤 좌우 열을 맞춰 보무 당당 행진한다.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 되면 못 가보리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 되면 못 가보리 
          전봉준의 보국 부대는 노성을 지나 경천 위쪽 
          삽짝골 주둔하야 널티를 넘어 효포를 제압, 
          곰티를 다시 넘어 공주의 동쪽을 몰아친다.
          손병희의 안민 부대는 이인을 먼저 점령한 뒤 
          우금티를 통로로 삼아 공주의 남쪽을 들이친다.
          전투가 임박하면 후방의 김개남 부대가 
          남원을 출발 금산을 장악, 
          청주로 북상하여 왜병의 세력을 분산시키되 
          여차 하면 김개남 부대가 서울로 먼저 진격한다. 
          앗차 이것은 기밀이라 누설되면 안될 터
          관객 여러분도 안 들은 걸로 하고 넘어가자. 

     

    엇모리
          그때여 일본군은 조선의 관군을 수하에 소속시키고
          후비보병 수개 대대에 본국의 병력까지 
          수천명이 합세하여 비도(匪徒) 토벌에 나선다. 
          서로(西路)부대가 용산을 출발, 공주로 진출
          중로(中路)부대는 죽산을 지나 청주와 보은을 압색한다. 
          공주 전투 전황 봐라. 
          농민군이 병풍처럼 산과 들을 가득 덮어 
          포성은 우레같고 탄환은 우박같으니 
          관군의 간담이 서늘하다. 
          바로 그 때 일본 병력이 공주성에 당도,
          작전 지휘를 장악하니 사뭇 전황이 달라진다.
          실전에 능한 최정예 부대에 화력이 막강이라. 
          일본군의 병기는 스나이더와 무라타라,
          화승총과 죽창으로는 당할 수가 없구나. 
          농민군이 공주성의 삼면을 공략해보나 
          피해만 속출하고 접근조차 어렵구나. 
          전봉준 결단하고 농민군 역량을 우금치로 집결, 
          총공격을 감행한다.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되면 못 가보리.
          살을 에는 추위에 짚신은 다 떨어지고 
          화승총에 칼과 창, 맨손의 농민군이 
          비탈을 기어 오르는디,
          훈련받은 일본군이 일제히 일어서서 
          따다다다다 다다다다당 
          앞서 오르던 농민군이 한꺼번에 쓰러지고
          뒤따르던 농민군이 다시 또 산을 오르니 
          대기하던 일본군이 한발짝 나서더니 
          따다다다다 다다다다당 
          얼음 깔린 골짜기 미끄러운 산비탈을 
          기어 오르던 농민군이 또 한꺼번에 쓰러지고,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되면 못 가보리.
          뒤따르던 농민군이 여전히 또 기어오르니 
          훈련받은 일본군이 일제히 일어서서 
          따다다다다 다다다다당
          쓰러진 시체 위로 악착같이 기어 오르니 
          대기하던 일본군이 다시 한발짝 나서더니 
          따다다다다 다다다다당 
          이리 되풀이 기어오르기를 수십 차례를 했거날 
          끝내 등성이를 못 넘고 농민군 시체만 가득한디,
          흰 눈 쌓인 골짜기 온통 붉은 피로 물들었네.
          보국안민 제폭구민 깃발은 찢어져 딩굴고, 
          누군가 지녔던 궁을부적이 찬바람에 날리는구나   

             

    아니리 - 후대 평자들 중에는 이렇게 일방적으로 몰살당한 전투를 벌인 것이 작전 실패 아니냐고 안타까워 하는 이들이 있으나, 우금치 전투는 바둑으로 치면 대세점이고 승부처라. 저 고개만 넘으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는 믿음이요 염원이었거날, 대마(大馬)가 옥쇄한 거지. 무엇보다 병기 화력의 차이를 간과한 것인디, 미제 스나이더, 일제 무라타, 이런 총은 사거리가 2km인디 화승총은 사거리가 불과 100보라. 병기 화력이 이 정도 차이 나면, 이는 전쟁이 아니라 학살이라는 견해가 있것다. 왜놈들이 얼마나 잔악했는가 하면, 이놈들이 처음부터 동학군을 남쪽으로 몰아 바다 속으로 쓸어버릴 계획을 세운 바, 작전명이 청야(淸野)작전이었다더라. 
             우금치 패전 무렵 금산에 있던 김개남이 북상하여 청주를 공격하였지만 일본군이 벌써 장악한 터라 역시 크게 패했고, 전봉준은 논산으로 밀려나 접전하였으나 다시 패퇴하고, 전주성까지 쫓겨 손병희 김개남과 일단 만났으나 분산하여 흩어졌지.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원평과 태인에서 세력을 다시 모아 전투를 벌여보았으나 역부족이라. 
            해산하고 도피길에 나섰는디, 전봉준에게는 “경천을 조심하라”는 속설이 있었거날, 마지막 찾은 피신처가 순창 피노리에 사는 김경천이 집이라. 김경천은 전봉준 일행을 반기는 척 안내하고는 바로 밀고를 해서 순창 관아에 잡아 바쳤지. 포졸이 전주로 끌고가려 하자 왜놈 군관이 알고 달려와 전봉준을 빼앗아 서울로 압송했것다. 
            일본 공사관에 구금된 전봉준, 심문을 받는디, 피노리에서 체포될 때 입은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다녔거날, 고부 거병 동기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일신의 피해를 면하려고 난을 일으키는 것을 어찌 남아의 일이라 하겠느냐? 백성들의 원한이 맺혀있어 백성을 위해 학정을 없애고자 하였다.” 당당했지. 공판을 받을 때도 법관이 대원군과의 관계를 집요하게 캐묻자 “너는 나의 적이요 나는 너의 적이라. 내 너희를 쳐 없애고 나라를 바로 잡으려다 도리어 너의 손에 잡혔으니 너희는 나를 죽일 뿐 다른 말은 묻지 말라.” 또한 구명을 운위하며 살길을 찾으라는 사람들에게도 “구구한 목숨을 위해 활로를 찾는 것은 나의 본의가 아니다.” 단호히 거절을 했것다. 

     

    중머리
          때를 만나서는 천지가 모두 힘 합치더니, 
          운이 다 하니 영웅도 어쩔 수 없구나.  
          백성을 사랑하고 의를 바로 함에 
          무슨 허물이 있으랴만, 
          나라 위한 애국단심, 그 누구가 알아줄꼬.  

     

    아니리 - 사형 판결이 있자 그 날로 왕의 재가가 있었고, 무악재 아래 서대문 형무소에서 사형이 집행되었지. 마지막 유언을 묻는 말에 “나를 죽일진대 종로 네거리에서 목을 베어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피를 뿌려주는 것이 옳거늘, 어찌 이 컴컴한 적굴 속에서 암연히 죽이려 드느냐?” 마지막 순간까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더라. 
            전봉준이 죽자 호남 일대에는 녹두 전봉준과 무참히 스러져간 수많은 동학 농민군의 넋을 위로하는 이런 노래가 생겨나 불리웠다고 하더라. 

     

    노래(중머리)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엇중머리
          전봉준 누구인가? 
          암울한 시대 한가운데  
          횃불처럼 우뚝 서서 피투성이로 싸운 사람
          그 어떤 고통도 두려워 하지 않은 사람
          누구보다도 자기 시대를 온몸으로 살은 사람
          그대 들것에 실려 처형장으로 끌려갈 때
          누군가 찍은 사진 속에 
          타는 눈빛으로 건네던 말
          오늘 나는 알겠네, 우리들 모두 알아챘네.
          그대들이 지른 들불은 결코 꺼질 수 없는 
          우리 민족사의 절정이요 모든 민중의 희망이니, 
          이제 우리 스스로 활활 타오르겠네. 
            도도한 역사의 들불 되겠네. 

     

     

     

     

    {"google":["Roboto"],"custom":["Noto Sans KR","Nanum Gothic"]}{"google":[],"custom":["Noto Sans KR"]}
    {"google":[],"custom":["Noto Sans KR"]}